수저세트

수저세트

수저세트

Blog Article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과 취임을 즈음해 국내에도 트럼프 현상과 ‘아메리카 퍼스트’, 미·중 패권 경쟁 등 국제 질서에 관한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미국의 본심>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을 붙인 이 책도 그중 하나다. 더구나 우리는 그사이 내란 사태와 대통령 탄핵을 거쳐 지금은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새로 들어설 정부는 미국에 대해, 또는 미·중 사이에서 어떤 외교적 전략과 전술을 취해야 할까.

미국 하버드대에서 석사 학위를,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한국인 저자가 영어로 쓴 책의 원제는 <신냉전: 미·중 경쟁과 글로벌 패권의 미래>다. 그러니까 한글 책 제목에는 중국이 등장하지 않지만 책 내용은 미국과 중국 모두를 다루고 있으며 G2 관계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12·3 불법계엄의 밤 이후, 광장에는 ‘응원봉 시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시위 현장을 중계하는 카메라에 2030 여성들의 모습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담겼고, 언론과 정치 평론가들은 그 현상을 앞다퉈 다뤘다. 페미니스트이자 ‘2030 여성’인 저자들은 “이야기가 넘쳐났지만, 정작 여성들의 얼굴이 또렷해지지 않았다”고 느꼈다. 세 사람은 광장에서 발언하거나 시위에 참여한 시민을 직접 인터뷰하기로 했다.

책에는 고졸 생산직 노동자, 한화오션 투쟁에 연대하게 된 한화이글스 팬,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고등학생, 자유발언으로 화제를 모은 “술집 여자”, 트랜스젠더 페미니스트 등의 원석 같은 속마음이 실렸다. 더 많은 이들을 만났으나, 그중 13명의 이야기를 골라 구술채록 형태로 담았다. 광장조차도 서울 중심으로 얘기된다는 것을 알기에 비수도권 출신을 위주로 선정했다.

“눈에 띄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자기소개가 의외로 잦다. 집회는 낯설고 노동조합은 괜히 무서웠다던 이들이 많다. 이 평범한 개인들은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거리에 나섰다. 특별히 영웅적이라기보단, 알 것 같은 마음들이라 더 애착이 간다.

광장이 이들에게 준 것은 연대감이다. 인터뷰이들은 나이, 직업, 성적지향 등 어떤 정체성을 지녔든 환대받는 get more info 경험을 했다고 증언한다. 긍정적인 연대의 경험은 농민들의 남태령으로, 장애인들의 지하철역으로,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장으로 이어졌다.

“TK(대구·경북)의 콘크리트는 TK의 딸이 부순다”는 손팻말로 화제가 된 김소결씨는 말한다.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이 땅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존재로 취급받던 ‘딸’이 이제는 균열을 내는 존재가 되길 바랐다”고. 그의 말은 ‘광장에 선 딸들의 이야기’라는 책의 부제에 힘을 더한다. 지워지지 않을 딸들의 외침이 은하수처럼 수놓인 책이다.

‘신냉전’은 이미 새로운 표현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대립 구도로 짜였던 ‘원조 냉전’과 대비해보면 현 국제 질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시사점이 있다.

저자는 신냉전 관련 학자들의 최근 논문·저서, 외교 전문지 기사들을 비교·검토한다. ‘미국이 중국·러시아와 각각 2개의 냉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패권 집착에 의해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냉전의 재현이 아니라 훨씬 복잡해 관리가 어려운 강대국 경쟁이다’ ‘상호의존 정도를 고려하면 차가운 전쟁이 아니라 차가운 평화다’ 등으로 요약되는 이론들을 소개한다. 미국을 한국·중국은 美國으로, 일본·북한은 米國으로 쓴다는 등 트리비아를 책 속의 박스로 묶어 딱딱한 주제를 읽기 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마치 언론사 특파원처럼 미 대선 기간 현장을 돌아다닌 이야기도 등장한다.

지난 6일(현지시간) 별세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의 독점 인터뷰도 수록돼 있다. ‘소프트 파워’ 개념으로 저명한 조지프 나이의 한글로 된 최후의 인터뷰가 아닐까 싶다.

Report this page